2015

<2015>

2015년 장곡노루마루축제 사진

2015년은 노루마루축제가 처음으로 개최된 해로, 축제 이름은 공모전을 통해 정해졌다.

장곡노루마루축제의 의미

-이런 축제가 필요한 이유

작성: 주영경 편집장 (2015)

  • 1‘먹고 노는’ 축제의 부활

    축제가 없어진지 오래다. 우리에게 가장 큰 축제는 명절이었다. 가족 단위와 동네 단위의 행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모든 개인들의 인생을 세심하게 위로했다. 그러나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명절은 가족 단위의 축제로 축소되고 말았다. 몰려든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나 ‘귀성’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가는 고향에서나 마을 축제로서 명절의 의미는 사라져갔다.

    지금 지역축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대부분 시 군 구가 주최자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목적으로 앞 다투어 축제를 열고 있다. 세월의 매듭을 짓고 이웃을 확인하는 전통적 축제와는 구분되는 관광상품형 축제다.

    그러나 최근 언론들이 지적했듯이 낭비성 축제가 많다. 관광상품형 축제 중에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상품이 많다는 뜻이다. 자연환경이든 문화든 내세울 것이 없으면 이런 축제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치단체장들이 치적을 과시하려는 등의 바람과 맞물려 소모성 축제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는 시흥시에서 벌이는 갯골축제를 주목해 왔다. 갯골이라는 자연환경을 내 세운 관광상품형 축제를 시도해 보았으나 여의치 않아 주민화합형 축제로 열고 있는 시흥시의 대표적 축제다. 그러나 인구 사십만이 넘는 도시에서 주민화합형 축제를 하나의 행사로 연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갯골축제는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을 이미 깔고 있다는 지적을 이미 수차례 한 바 있다. 주민화합형 축제를 하려면 마을축제로 갈 수 밖에 없다.

    다만 지역의 특성을 면밀히 살핀다면 시흥시도 보령이나 함평처럼 유명한 축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관광상품형 축제는 지역의 강점을 연구해야 하고 마을축제는 주민의 욕구(desire)를 파악해야 한다. 수도권의 외진 베드타운인 장곡동에 사는 시민들의 욕구는 ‘자녀 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 2초 집중의 세상에서 변방에 산다는 것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동네 유지(有志)가 점차 없어지고 국가적 유지나 세계적 유지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구경하는 세상이 되었다. 인터넷은 이런 ‘원 대박 나머지 쪽박’의 흐름을 촉진한다. 대형마트가 들어와서 동네의 돈을 다 쓸어갈 것을 알면서도 대형마트가 들어오기를 학수고대 하면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소수의 부자들과 나머지 사람들의 삶은 더 이상 ‘빈부의 격차’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는 세상이 다르다. 저들만의 세상을 둘러 싼 담장은 갈수록 높아진다. 이런 흐름을 막을 힘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도 군대도 이런 양극 분리 현상을 막지 못한다. 세상의 방향을 되돌릴 수 없으니 각자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저 세계로 들어가려고 애쓸 뿐이다.

    이런 암울한 세상에 저항하는 길은 ‘문화’다. 오늘 강남의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인물도 좋고 예의까지 바르다’는 자조 섞인 말이 흘러 다니지만 그들에게도 없는 것이 있다. 신산한 삶에서 스며나오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다.

    울퉁불퉁한 삶에서 피어나는 건강한 대중문화를 살려야 한다. 지금 우리는 텔레비전을 장악한 소수 특권층의 놀이를 대중문화로 여기면서 살고 있다.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못난 놈들의 장터를 만들어야 한다.(신경림의 시 ‘파장’에서 인용)

    그것이 마을축제다. 중심에서 떨어진 변방일수록 장터는 더 절실하다. 정치도 못하고 경제도 못하는 일을 문화는 할 수 있다. 부러우면 지는 것, 더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마을신문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마을학교가 더 왁자지껄하고 우리 축제를 저들이 구경하러 오게 하면 된다. 건강한 대중문화가 우리를 버티게 할 것이다.
  • 3마을은 학교였다

    혁신교육에 앞장서 온 교사들이나 경기도 교육감이 마을이 학교여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한 것은 사람을 기르는데 학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은 마을활동을 통해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를 배우고 순리와 통찰력을 길러 갈 것이다.

    진로교육이나 마을조사, 마을매체발간 같은 일들을 통해 학생들이 마을로 나오고 있지만 마을축제만큼 짧은 시간에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드물 것이다. 흥겹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남녀노소의 큰 무리 속에서 각인되는 교훈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축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번에 제대로 겪은 사람들 중에는 다시 학교별 축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도 있는 것 같다. 학교와 마을, 게다가 행정관청까지 포함된 이런 협업이 쉽지 않은데다 처음이라서 난감한 일이 많았다. 그러나 두 번째는 아무래도 덜 힘들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문화를 가까이서 접한 주민들이 받은 감동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같은 마을축제를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마을축제 외에 체육대회라든가 다른 학교 내 행사에 축제 성격을 더 강화하더라도 일 년에 한 번 마을축제는 교내 행사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학생과 어른들이 서로에 대하여 알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모르니까 두려워하고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

    아울러 인터넷 세대인 학생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중앙집중 또는 거대지향의 사고방식을 스스로 다시 돌아보게 하는 귀한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늘의 구름만 쳐다보는 아이들이 마을축제를 통해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축제가 비록 기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면 좀 더 가보아야 한다.

축제평가) 첫 회 치고는 만족, 그러나

정리: 편집실 (2015)

축제 나흘 후인 9월 23일 장곡타임즈 주최로 마을학교에서 축제 평가회가 열렸다. 축제추진위 집행부와 학교 교사, 학부모회, 주민센터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평가회에서는 토론보다 각자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잘 된 점보다는 고쳐야 할 점 위주로 발언하도록 했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한 이번 축제에 대한 다면적인 평가는 토론회 방식으로 다음 달에 열 예정이다. 이날 나온 내용과 이런 저런 곳에서 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싣는다.

  • 1매꼴공원, 축제 장소로 무난
    - 매꼴공원이 좋았다. 그러나 동네의 상가와 거리가 멀어서 축제가 동네 상권 활성화에 보탬이 되려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 공원이 좁아서 인근 학교를 이용했는데 장곡고는 일부러 들어가야 해서 그곳에 부스가 있는줄 몰랐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응곡중에 설치되었던 농구체험부스도 마찬가지였다. 내년에는 학교를 이용하더라도 장곡초 한 군데에서 학술제를 비롯한 모든 행사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올해 장곡고에 체험 부스가 설치된 것은 장곡초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다.
    - 부스들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다. 중간에 전기가 끊어지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 홍보만 뒷받침 된다면 갯골생태공원으로 장소를 옮기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동네에서 거리가 멀다는 점 외에는 장점이 많다.
  • 2추진위에 실무 인력 없어
    - 추진위원들이 축제 현장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실제 추진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무 인력이 없다시피 했다. 장곡중 교사들이 행사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수고를 많이 했는데 추진위의 실무인력이 없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을화폐 관리 등 행사장내 필수인력은 동 체육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도와준 것이다.
    - 이번 축제 준비회의를 보면 회의 때마다 참석자가 계속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설명이 반복되어야 하고 준비가 지연된 측면이 있다. 내년에는 축제 준비 인력을 정예멤버로 구성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야겠다.
    - 내년에는 축제 3개월 전 부터라도 상근 실무자가 있으면 좋겠다. 추진위원장 혼자 포스터 붙이고 초대장 돌렸는데 내년에는 이런 점이 개선되어야한다. 계획-실시-체크 같은 일반적 업무 시스템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실무진은 행정관청 등에 축제 수개월 전에 협조 공문을 보내야 한다. 카톡방에서 처리할 일이 있고 공식 문서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 추진하는 주체들이 카톡방을 통해 의견을 나누었는데 모두가 함께 보는 카톡방에 부적절한 내용도 많았다. 갈등 과정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전체가 다 보아야 할 내용과 실무진이 공유할 내용이 구분될 필요가 있었다.
  • 3축제 의미에 대한 홍보 부족
    - 학부모회가 참여하지 않은 학교들이 있었다. 이번 축제에 대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탓이 크다. 사실 우리 스스로도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한다는 이 축제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축제 취지에 대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축제 추진위에서 축제 취지를 친절하게 알리지 않은 탓도 있고 학교 측에서 학부모회에 공지를 하지 않은 탓도 있다.
    - 축제 추진위가 초반에 시간을 낭비한 측면이 있다. 막상 축제가 다가왔을 때는 축제 취지를 설명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추진위가 보다 체계적으로 움직였으면 더 많은 학교와 단체, 기관을 축제에 끌어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추진위에 핵심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주민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 4학교들 이해 부족
    - 학교들 사이에 협력 체계 같은 것이 잘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마을의 추진위가 중심이 되어서 학교들의 협력을 구하는데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 일부 학교의 축제 참여가 소극적이었던 것은 축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을이 학교여야 한다는 경기도교육감의 시책을 일선 학교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마을 자체에서라도 토론회 개최 등 마을과 학교의 관계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 학교를 축제 장소로 사용하는 문제도 축제 이틀 전에야 결정되는 등 혼선이 있었다.
  • 5공연 프로그램, 내년에는 참여 확대
    - 학예회가 없어지면서 학생들의 공연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 축제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젊은 축제였다는 평가가 좋을 수도 있지만 학생 외에 동네 에어로빅 팀 등 마을 쪽 공연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
    - 영상제는 너무 늦은 시간에 열린데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들도 있었다. 내년에는 개선되어야 한다.
    -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쓰레기 봉지 비치와 홍보 등이 부족했다. 봉사자들이 효율적으로 역할 분담이 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 거리에 축제등을 내걸기로 했으나 예산 등의 이유로 풍등으로 대체했다. 풍등도 화재 위험 등으로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내년에는 거리등을 내 걸어서 축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
  • 6마을축제, 초저예산으로 치러야
    - 축제가 안정적으로 오래 가려면 관청 예산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기존 관청 주도의 축제에는 출연료나 의상비 등이 지불되었다. 그러나 마을축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경비를 부담하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 동네 상가나 개인의 후원이 감사하고 도움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돈 보다 물품으로 후원을 받는 것이 잡음을 줄일 수 있다.
    - 축제에 지원된 예산 1천 만원이 시청에서 교육청으로 넘어간 돈이기 때문에 축제 예산을 시청이 지원한 것이라고 말하는 시청 공무원들이 있다.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예산의 주인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긴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장곡 마을축제에 예산 지원을 결정한 쪽은 교육청이므로 교육청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았다고 정리해야 한다.
  • 7‘함께 기획하는 것’은 시기상조
    - 축제 추진의 시발점이 된 작년 10월의 토론회에서, 누군가가 준비해서 제공하는 행사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광장 민주주의 방식의 회의는 의사 결정에 시간이 너무 걸리고 회의 참석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집행부가 완성된 기획안을 만들어서 제시해 달라는 요구가 회의 때마다 나왔다.
    - 내년 축제 준비회의는 집행부가 복수의 안을 마련해서 회의 참석자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8‘주민에 의한’ 행사와 ‘주민을 위한’ 행사
    - 시청에서 주최한 뜨락콘서트와 마을축제가 무대를 함께 쓴 것은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두 행사의 성격이 다른데 서로 연결된 행사처럼 홍보하고 진행한 측면은 양쪽 행사 모두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축제 준비과정에서 주민센터와 축제추진위 사이에 또한 주민센터와 학교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온 것도 각 기관별로 행사 목적이나 취지가 서로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 뜨락콘서트의 경우 주민들에게 고급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배정된 예산으로 ‘직접 보기 힘든’ 고급문화를 섭외하고 유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적인 예산으로 치러지는 뜨락콘서트도 ‘주민을 위한’ 행사가 아닌 ‘주민에 의한’ 행사로 치를 수는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 뜨락콘서트와 함께 했기 때문에 교통 통제 등 주민센터의 행정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행사를 함께 해야 한다.
  • 9공무원과 민간인의 공동 작업
    - 올해 2월 동네 학교들의 교장 모임에서 마을축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축제를 누가 하는 것인지’가 논의의 걸림돌이 되었다. 민간인과 일부 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마을축제위원회’라는 단체의 성격이 낯설었던 탓이다. 공공단체가 끼어있지 않은 ‘축제추진위’라는 민간주도 단체에 대하여 ‘구름 잡듯’ 모호하다는 반응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흔히 나왔다. 주최 주관 후원 어디 하나에라도 시청이나 교육청 같은 관청이 끼어 있어야 공신력이 생긴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 상하 관계가 있는 조직원인 공무원이 대외할동을 하려면 상급자 또는 상급기관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마을사업도 대외활동 성격이 있다. 그러나 시청과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직원을 내 보내는 방식이 되면 ‘주민들 스스로’ 준비하는 행사라는 취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딜레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 축제로 인한 민원 발생에 대하여 주민센터와 추진위 사이에 온도 차이가 있었다. 주민센터로서는 민원에 대하여 민감할 수밖에 없었기에 축제 계획에 부분적으로 제동을 걸기도 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 10퍼레이드, 더 길고 알차게
    - 퍼레이드가 축제 시작을 알리는 목적이 있었는데 이동 코스가 너무 짧았다. 장곡동의 주요 아파트 단지를 지나도록 이동 경로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우려한 만큼 교통 불편이 크지 않았다.
    - 퍼레이드 출발지점이 보다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집결하기 때문에 중앙공원 같은 안정된 곳이어야 한다.
    - 공식 퍼레이드 외에 공원에서 행사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홍보팀이 거리를 돌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소 폐쇄된 공원에서 행사를 하다 보니 막상 동네에서는 축제를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